Key mess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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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약 우리나라가 분단 국가가 아니었다면 국토의 전통적인 중심축인 서울-개성-평양 축에 있는 은평, 고양, 파주 쪽이 서울의 다른 지역 보다 훨씬 먼저 개발되었을 것이다.
박정희 정권은 서울 인구를 분산시키고 유사시 피란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강남 개발을 결정했다.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서울(강북)에 채소와 과일을 공급하기 위해 지역 일대의 논이 과수원과 채소밭으로 바뀌고 있었다. 뽕밭이었던 잠원동은 무가 자라기 좋은 모래 토질이어서 단무지 농사가 잘 되었고, 서초동은 미군과 서울 사람이 사가는 화초를 키우는 꽃동네였다. 압구정은 배나무 과수원골이었고, 도곡동은 도라지 특산지였다. 청담동은 이름처럼 물 맑은 청숫골이었다. 가장 기름진 땅인 개포동, 일원동 일대에서 난 과일과 채소들은 품질이 상급인 데다 가깝기까지 해서 서울 사람들에게 아주 인기가 있었다.
서울 시내에서 양재동까지 육로로 가면 거의 1박 2일이 걸렸다고 하니 그 정도로 강남은 오지였다. 지금은 경기도 북부가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으로 여겨지지만 당시에는 군사적 이유로 강남보다 포장도로도 잘 깔려 있었고 교통편도 더 편했다.
2.
당시 지하철 공사까지 진행되고 있어 시내 교통이 엉망인 상황에서 서울시와 정부는 외곽에 고속버스터미널을 짓기로 하고 반포를 터로 잡았다. 물론 당시 반포는 완전히 허허벌판이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당시 명칭은 강남종합버스정류장)은 1976년 4월 8일에 착공에 들어갔는데 '속도전' 시대답게 9월 1일에 허름한 가건물만을 올리고서 운영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진짜 제대로 된 종합 터미널(경부선 터미널)은 1981년 10월 20일에 완공되었다. 강남 최초의 백화점인 뉴코아백화점이 오히려 한 해 먼저 완공되었으니 상당히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 경부선 터미널을 헐고 새로 짓자는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옳건 그르건 이 터미널은 자동차 시대의 상징이자 강남 개발 역사의 상징, 나아가 얼마 남지 않은 1970년대의 랜드마크이다. 경부선 터미널은 당시로서는 드물게 식당, 은행, 목욕탕, 다방, 약국, 상점 등 거의 모든 시설을 갖춘 '작은 수직 도시'였다.
3.
신흥 중산층이 서서히 강남에 모이고, 삼저 호황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주머니에 여유가 생기자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 이왕이면 분위기 있는 식당을 찾게 되었다. 1981년 삼원가든을 시작으로 커다란 가든형 갈빗집들이 논현동과 압구정동 일대를 중심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1986년 강남 도산대로에 KFC의 드라이브스루 스토어가 문을 열었고 1988년 압구정동에는 한국 맥도날드 1호점이 문을 열었다. 1992년 TGI 프라이데이스가 양재동에 1호점을 오픈하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이 속속 등장하게 된다. 본격적인 시푸드 뷔페인 마키노차야와 대형 퓨전 레스토랑이자 이자카야인 코다차야는 각각 역삼동과 신사동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19금 식당'인 후터스가 한국에 첫 점포를 낸 곳은 압구정동이었다. 그리고 인기를 끌었던 쉑쉑버거가 처음 등장한 지역도 역시 강남이었다.
4.
<제3한강교>에 이어 초창기 강남을 노래한 곡들 중 대표 주자는 역시 1982년에 발표된 윤수일의 <아파트>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사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갈대숲이라는 표현은 지금 같은면 절대 나올 수 없지만 이 곡은 개발 초창기의 강남, 즉 1980년대 한강 건너에 있는 아파트촌의 풍경을 잘 보여준다.
5.
서울올림픽이 한국 현대사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는데, 강남에 미친 영향은 특히 컸다. 잠실에 건설된 대규모 경기장과 롯데타운, 그리고 아파트 단지, 그 중에서도 아시아선수촌아파트와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강남의 변신과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1971년 한강개발사업에 의해 잠실 지역은 엄청난 변화를 맞았다. 잠실이라는 지명처럼 원래 뽕밭이었던 이곳이 금싸라기 땅으로 변했다.
6.
지하철 2호선은 을지로나 구의동도 바꾸어 놓았지만 특히 강남 지역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전력 본사를 시작으로 55층의 한국종합무역센터(코엑스), 33층의 인터콘티넨탈호텔 등 고층 빌딩이 테헤란로와 그 주변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고층 빌딩이 올라가기 시작하여 지금의 빌딩 숲을 이루게 되었다. 물론 때맞추어 열린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이 큰 역할을 하였다. 2호선은 서울시 지하철 중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흑자를 내는 노선이다. 실제로 가장 붐비는 강남역, 신도림역, 잠실역, 시청역, 건대입구역, 신촌역 등이 모두 2호선을 통과한다.
7.
앞으로 강남의 업무 중심은 강남역쪽에서 삼성동 쪽으로 더 기울 확률이 높다. 우선 넓은 땅을 가진 한국전력이 과주로 이사를 가고 현대자동차가 고층 빌딩을 짓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감정원과 시립병원까지 이사를 가 그 공간은 더 넓어지고, 잠실종합운동장의 유휴 공간까지 연계해 개발되면 시너지 효과는 커질 것이다. 더구나 삼성동과 선릉은 강남역과 역삼에 없는 봉은사와 선정릉이라는 문화유산이자 허파를 가지고 있고, 강남 교통 역사에 혁명적인 존재인 KTX 수서역과 조금 더 인접해 있다. 코엑스 앞의 16차선 도로는 광화문에 광장이 생기면서 서울에서 가장 넓은 길이 되었다.
오래만에 꽤 흥미롭게 읽었다. 강남에 대한 역사서, 나무위키, 잡학서.. 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부동산이 정치랑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배웠고, 권력자 옆에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배웠다. 책에 나오는 장소들 중에 아는 장소가 꽤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아직 잘 모르는 동네가 많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잠시 그 동네에 살았다고 그 동네를 모두 안다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겠다. 재미있는 책이었다.
what
부동산
where
종이책
when
24.9.12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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