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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메모/부동산, 투자

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워런 버핏, 로렌스 커닝햄 / 이건)

Key messages

✔︎ 불안감에 밤잠 설치는 식의 투자는 절대 하지 않는다.

✔︎ 돈은 잃어도 평판을 한 치도 잃어서는 안 된다.

✔︎ 탁월한 실적을 막연하게 기대하기보다는 좋은 실적을 확실하게 얻는 편을 택한다.


1. 

찰리와 나는 투자수익률 몇 퍼센트를 높이려고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는 식의 투자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얻으려고 가족과 친구들의 재산을 위태롭게 해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부채를 좀처럼 일으키지 않으며, 일으키더라도 장기 고정금리 기준을 사용합니다. 우리는 과도한 부채를 질 바에는 차라리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포기합니다. 이런 보수주의 때문에 실적이 나빠지기도 했지만 보험 가입자, 대출자, 그리고 재산의 상당 부분을 우리에게 맡겨준 수많은 주주에 대한 수탁 책임을 고려하면 이것이 우리가 마음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2.

높은 예측치를 제시하는 것은 무책임한 낙관론에 그치지 않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CEO의 부당행위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CEO들이 자신이 발표한 이익 목표를 달성하려고 경영을 비합리적으로 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게다가 비합리적인 경영으로도 한계에 도달하게 되면 CEO들은 ‘숫자를 만들어내려고’ 다양한 회계 기법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회계 속임수는 눈덩이처럼 갈수록 커지는 속성이 있습니다. 다음 해 이익을 끌어다 올해 이익을 늘리면 이듬해에는 그 틈을 메우려고 더 대담하게 회계를 조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벼운 속임수가 본격적인 사기극으로 바뀝니다(아시다시피 강도들이 총으로 강탈한 돈보다 CEO들이 펜으로 훔친 돈이 더 많습니다).

찰리와 나는 환상적인 예측치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CEO들을 경계합니다. 이들 가운데 몇몇 CEO의 예측치는 적중하겠지만, 다른 CEO들은 타고난 낙관론자나 사기꾼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누가 정확하고 누가 사기꾼인지를 미리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3.

최우선 과제는 우리 모두 버크셔의 평판을 계속해서 열심히 지키는 것입니다. 우리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완벽해지려고 노력할 수는 있습니다. 나는 25년 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돈을 잃을 수는 있습니다. 심지어 많은 돈을 잃어도 됩니다. 그러나 평판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단 한 치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모든 행위를 합법성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비우호적인 기자가 쓴 기사가 중앙 일간지의 1면에 실려도 당당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때로는 동료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해.” 이 말이 사업 활동에 대한 변명이라면 이는 거의 틀림없이 잘못된 근거입니다. 만일 도덕적 판단을 평가할 때 나온 말이라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언제든 누군가 그런 말로 변명한다면 사실은 타당한 이유를 제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누군가 그런 변명을 한다면 기자나 판사에게도 그렇게 변명해보라고 말씀하십시오.

정당성이나 적법성 때문에 주저하는 일이 있으면 내게 꼭 전화하십시오. 그러나 그렇게 주저할 정도라면 십중팔구 경계선에 매우 근접했다는 뜻이므로 포기해야 합니다. 경계선 근처에 가지 않고서도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습니다. 어떤 사업 활동이 경계선에 접근했는지 의심스럽다면 그냥 경계선을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십시오.

 

 

3.

나는 부동산에 투자할 때 부동산에서 나오는 수익만을 생각했지, 매일의 가격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경기는 점수판만 쳐다보는 선수들이 아니라 시합에 집중하는 선수들이 승리합니다. 주가를 보지 않고서도 토요일과 일요일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평일에도 그렇게 해보십시오. 

 

거시경제에 대한 관점을 세우거나, 남들의 거시경제 예측 및 시장 예측에 귀 기울이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사실은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정말로 중요한 문제의 초점을 흐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부동산을 산 시점은 1986년과 1993년입니다. 이후 경제·금리·주식시장 흐름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내 투자 결정에 전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신문 머리기사와 전문가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들이 무슨 소리를 하든 네브래스카 농장에서는 옥수수가 계속 자라고, 뉴욕대학교 근처 부동산에는 학생들이 몰려들 테니까요. 

 

 

4.

우리는 인수할 회사나 투자할 주식을 물색할 때 앞으로 큰 변화를 겪지 않을 기업이나 산업을 선호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10년이나 20년 뒤에도 막강한 경쟁력을 확실하게 유지할 만한 기업을 찾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서 대박이 터질 수도 있지만 확실성이 부족합니다.

강조하건대 미국 시민으로서 찰리와 나는 변화를 환영합니다. 그러나 투자자로서 끓어오르는 산업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우주 탐사를 보는 관점과 같습니다. 우리는 우주 탐사에 박수갈채를 보내지만, 우주선에 타고 싶지는 않습니다.

물론 모든 기업이 어느 정도는 변화합니다. 오늘날의 씨즈캔디는 우리가 인수했던 1972년 당시의 씨즈캔디와 여러모로 다릅니다. 판매하는 캔디의 종류도 다르고, 사용하는 기계도 다르며, 유통 경로도 다릅니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이 캔디를 사는 이유와, 다른 기업이 아닌 씨즈캔디에서 사는 이유는 시 가족이 사업을 시작한 1920년대와 거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런 이유는 앞으로 20년, 심지어 50년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성장률 기준으로는 첨단기술산업이나 유치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필수소비재 기업보다 훨씬 빨리 성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탁월한 실적을 막연하게 기대하기보다는 좋은 실적을 확실하게 얻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찰리와 나는 필수소비재를 평생 찾아다니더라도 겨우 몇 개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리더십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오랜 기간 무적의 지위를 누렸던 GM, IBM, 시어스 로벅Sears Roebuck이 몇 년 전 불러온 충격을 생각해보십시오. 일부 사업이나 산업에서는 선도기업이 거의 절대적인 이점을 확보하며 가장 덩치 큰 기업이 살아남는 현상이 거의 자연법칙으로 확립되는 듯하지만, 대부분의 산업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필수소비재가 하나라면, 지금은 잘나가지만 경쟁에 쉽게 무너지는 사이비는 수십 개나 있습니다. 필수소비재의 요건을 고려할 때 찰리와 나는 ‘멋진 50종목Nifty Fifty’은 물론 심지어 ‘반짝이는 20종목Twinkling Twenty’조차 절대 찾아내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포트폴리오의 필수소비재에 ‘유력 종목’ 몇 개를 보탰을 뿐입니다. 

 

 

5.

과대평가된 주식을 계속 발행하는 사업모델은(행운의 편지 사업모델과 마찬가지로) 부의 창출이 아니라 재분배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다시 밝혀졌습니다. 미국에서는 두 가지 사업모델이 겉모습만 정교하게 위장한 채 주기적으로 만발합니다(모든 기획자의 꿈이지요). 결말도 항상 똑같아서, 순진한 사람들의 돈이 사기꾼에게로 넘어갑니다. 그러나 행운의 편지와 달리 주식은 사기 규모가 엄청나게 큽니다.

버핏투자조합과 버크셔는 미친 듯이 주식을 발행하는 기업에는 투자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행태는 그 기업의 과장 선전, 취약한 회계, 과도한 주가, 노골적인 부정을 시사하는 확실한 조짐이기 때문입니다.

 

 

6.

현대 재무 이론과는 반대로 버핏은 분산 투자를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중 투자를 권한다. 버핏이 집중 투자를 논하는 모습을 보면 탁월한 경제학자이자 예리한 투자자였던 케인스를 떠올리게 된다. 케인스도 투자자는 사업을 잘 알고 경영진도 믿을 만한 회사 2~3군데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의 견해에 의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투자를 펼쳐놓을 때 위험이 발생한다. 그러나 자금과 관심을 집중하는 전략을 사용하면 기본 속성을 안심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여 집중적으로 관리하게 되므로 위험이 낮아진다.

투자에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베타를 연구하고 분산 투자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생각으로 투자해야 한다. 원하는 베타 수준을 유지하려고 주식을 계속 사고팔면서 포트폴리오를 조절하면 장기적으로 투자에 성공할 수 없다.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니는’ 투자 방식을 쓰면 세금은 물론 수수료와 호가 차이 때문에 막대한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버핏은 “빈번하게 매매하는 사람을 ‘투자자’라고 부른다면 바람둥이의 하룻밤 관계도 낭만적 사랑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현대 재무 이론의 가르침과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를 따를 것이 아니라, 마크 트웨인의 《얼간이 윌슨(Pudd’nhead Wilson)》에 나오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 잘 관리하라”라는 조언을 따라야 한다.

 

 

 

 

what

투자

 

where

밀리의 서재

 

when

24.4.2 ~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