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messages
✔︎ 협상의 바이블
1.
상대방이 가격이나 조건을 제시했을 때 곧바로 응답할 필요가 없다.
그 외판원은 자신의 제안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하는 나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토플시험 대비용 책자라! 정말 난감하군. 물건을 사게 만들려면 토플시험용 책자를 끼워 팔아야만 할 것 같은데……. 그런 건 없고. 좋다! 내 커미션에서 가격을 깎아줄 수밖에.’
2.
아무리 급해도 너무 빨리 ‘Yes’를 해버리는 습관은 협상에선 절대 금물이다.
내가 해준 양보가 협상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가지고 있는지에 상관없이 간단하고 쉽게 양보했다고 보이면 상대방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협상을 자신의 페이스로 이끌어가면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집주인이 계약을 체결할 욕심에 너무 쉽게 가격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싼 가격에 집을 사고도 집주인의 양보를 고맙게 생각하지 않고 추가로 다른 것을 요청하는 빌미를 주었다. 결과적으로 사촌에게도 싸게 샀다는 만족감을 줄 수 없었다.
협상 고수는 협상 결과뿐 아니라 협상 과정이 상대방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3.
겉으로 보이는 힘의 열세 때문에 협상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보다 명백하게 열세에 처해 있다고 보이는 경우, 많은 사람들은 협상에 대한 의욕 자체를 잃어버리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협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협상을 실패로 만드는 요인은 그들의 열세가 아니고 포기해버리는 자세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기억하자. 양치기 소년 다윗이 거대하고 힘센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은 겉으로 보이는 힘의 열세에 겁먹지 않는 진정한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4.
시간은 협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무기이다.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지금까지 불리하게 끌어오던 협상을 일거에 반전시킬 수도 있고 관리를 잘못하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게 된다.
1)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상하라
2) 협상 시간을 엄수하라
3) 결정 내리기 전에 생각할 시간을 가져라
4) 협상하기 가장 좋은 시간을 선택하라
5)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가져라
6) 상대방에게 나의 제안을 수용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라.
5.
협상에서 시간과 관련된 중요한 심리학 개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수용시간acceptance time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적응시간adjustment time이다.
수용시간 개념은 이렇게 협상에서 작동된다. 협상 공부를 열심히 한 협상가 A 씨는 준비 과정에서 쌍방에게 이익이 될 수밖에 없는 기막히게 창의적인 제안을 만들었다. A 씨는 상대방과 협상을 앞두고 이 제안을 정리하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객관적으로 봐도 그렇고 논리적으로 봐도 이 제안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이기 때문에 상대방은 틀림없이 받아들일 거야.’ 그런데 실제 협상을 진행하면 A 씨가 기대했던 대로 상대방이 A 씨의 제안을 즉시 수용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상대방은 A 씨의 제안을 듣기 전까지 A 씨의 기막히게 좋은 제안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대방이 한 제안의 장단점을 판단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말을 덥석 수용하자니 속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새로운 제안을 받았을 때 제안 내용을 받아들이려면 그 내용을 검토하고 자기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성질 급한 협상가는 협상에 실패하고는 상대방을 비난하며 이렇게 말한다. “상대는 협상 마인드가 없는 사람이야. 쌍방이 함께 이길 수 있는 이렇게 훌륭한 제안도 거절하다니…….” 그런데 상대방이 훌륭한 제안을 못 받아들이는 이유는 협상 마인드가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상대방에게 수용시간을 허락하지 않고 급하게 협상을 몰아붙인 내 탓일 가능성이 높다. 상대방을 급하게 압박하기보다는 내 제안을 소화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라.
적응시간이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개념이 현실과 괴리가 있을 때 현실에 가깝게 조정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의미한다. B 씨는 1년 전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을 때 6억 원을 주고 토지를 매입했다. 1년이 지나는 동안 부동산 침체기를 겪으며 시세가 4억 원으로 떨어졌다. 토지를 매입하려고 하는 P 씨가 현 시세에 맞는 4억 원을 B 씨에게 제안했을 때 B 씨가 4억 원을 수락할 확률은 높지 않다. 아직 B 씨의 마음속에 토지의 가격이 6억 원에서 4억 원으로 떨어졌다는 현실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을 바꾸고 경험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수용하려면 현실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상대방을 현실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기에 앞서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적응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라.
6.
물건을 사는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전체 가격을 가지고 협상을 하기 전에 항목별로 세분화된 가격을 얻을 수만 있다면 훨씬 더 유리하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자동차를 남들보다 싸게 살 수 있었던 것도, 인테리어 공사를 비교적 저렴하게 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상대방이 나에게 제공한 세분화된 가격 정보 때문이었다.
반면에 판매자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할 경우에는 세분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무엇보다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구매자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되도록 전체 가격만 보여주고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7.
어떤 물건을 구매할 때 우리는 협상 상대방이 나에게 제공하는 개인적인 신뢰감, 친밀감, 믿음 등을 구매 가격에 포함시켜 지불하고 있다. 똑같은 품질의 물건이 재래시장에서는 백화점 가격의 절반 이하에 팔리고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한다. 대형 할인매장이 계속 생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급 백화점의 매출은 떨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신뢰가 가는 사람에게 사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 사는 물건 보다 훨씬 값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불하는 가격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감'도 포함되어 있다.
8.
보험설계사나 자동차 판매왕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프리미엄이 가격을 깎아주는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설득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
이런 노하우는 다음과 같은 설득의 기본적인 원리에서 생겨난다.
첫째, 당신의 말을 따르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을 때
둘째, 당신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을 때
셋째, 당신과 상대방 사이에 강한 인간적인 유대감이 형성되었을 때
넷째, 당신이 상대방보다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고 믿게 만들었을 때
마지막으로, 당신이 일관성 있는 말과 행동을 보여줄 때 상대방은 설득당한다.
설득당한 고객은 보험설계사나 자동차 영업사원이 권하는 물건을 살 수밖에 없다.
설득의 과정에서 같은 가격이지만 이들에게 사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사는 것보다는 훨씬 값진 물건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입으로 협상하고 있는 가격이나 다른 사안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에 대한 협상에서 성공한 덕택이다.
유능한 협상가는 항상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의제 뒤에 숨겨진 인간의 본능과 욕구를 파악하는 눈을 가진 사람이다.
>> 구매자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9.
어느 날 협상에 관한 책을 읽다가 ‘성공적인 협상가는 남의 말도 믿지 않지만 자신의 생각도 검증이 없는 한 절대로 믿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가슴에 와 닿았다.
10.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협상에는 쌍방이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해결점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집주인은 3주 내에 이민을 가야 한다. 하지만 사정이 아무리 급해도 아파트 가격을 1억 6,000만 원보다 낮게 파는 것은 도저히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파트값을 그대로 다 지급하고 다른 것을 얻어낼 방법은 없을까? 이렇게 접근하다 보면 재미있는 해결 방법들이 생각날 것이다.
한 예로 우선 K 씨는 귀국해서 현재 자동차가 없는 상태이다. 만약 집주인이 타던 자동차가 비교적 쓸 만하다면 아파트값을 다 지불하는 대신 그 차를 포함해서 달라고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아니면 다른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포함해달라고 할 수도 있다. 집주인이 모든 돈을 한꺼번에 환전해서 나갈 계획이 아니라면 3주일 이내에 잔금을 지불하는 대신에 일부를 나중에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잔금 지불을 늦춤으로써 얻어지는 이자 소득도 무시하지 못할 금액이다. 이처럼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가격만 바라보던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서 공통분모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 파이를 키워라.
11.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한 협상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그것이 성공적이었는지 아니면 실패였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스스로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자신을 훌륭한 협상가라고 생각해버린다. 물론 자신이 훌륭한 협상가라고 생각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때도 자신이 훌륭하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체계적인 협상 진행 방법에 대한 이해나 충분한 준비 없이 느낌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협상 결과가 대체로 실패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2.
협상을 잘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똑같아 보이는 협상 대상이라도 상대방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면 모든 협상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초등학교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아파트에 사는 노부부에게는 초등학교가 있다는 사실이 그저 소음이 발생하는 골칫덩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에게는 길을 건너지 않고 다닐 수 있는 초등학교가 있다는 사실이 이 아파트의 가치를 올려줄 수도 있다.
13.
어떤 협상이든 협상을 시작하기 전 꼭 준비해야 하는 것은 ‘내가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 하는 협상의 목표와 또한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것인가?’ 하는 양보와 요구 전략이다.
경험 많은 협상가라면 대개 협상 준비 단계에서 여러 가지 사안들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해놓는다.
첫째는 ‘절대 양보 불가 사안’이다. 이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이를 양보할 바에는 차라리 협상을 결렬시키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안이다.
둘째는 ‘최선을 다해 지키도록 노력하되 상대방의 양보를 꼭 얻어내야만 할 경우 상대방의 양보와 교환할 수 있는 사안’이다.
셋째는 ‘상대방이 양보를 요구해올 때 적당히 주어도 좋을 사안’이다. 이 사안은 상대방과 협상을 진행하며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으며 상대방의 양보를 유도하기 위해 먼저 양보할 수도 있다.
14.
차선책이 있으면 협상을 진행함에 있어 냉정하게 판단하고 협상을 마무리 짓는 데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경우 차선책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K 씨가 77억 원을 요구하는 상대방과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부도 회사 대열에 합류하지 않게 된 이유는 다른 회사와의 계약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 플랜B의 중요성
15.
협상 의제가 눈에 보이는 것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의제를 넓혀가는 것이 기술이다. 의제를 넓히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줄 아는 폭넓은 시야를 가지면 된다.
>> 파이를 키우기
16.
똑같은 물건을 같은 장소에서 판매한다고 해도 가격표를 붙이는 것과 가격을 구두로 제시하는 것의 차이점은 구매자인 당신에게 얼마만큼의 협상력을 갖게 하는지를 결정 짓는다. 법으로 정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다만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고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당신의 힘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힘의 강약은 당신이 상대방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협상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합법성 우위 원칙’으로 설명한다. 수많은 규범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법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교육받아 왔다. 이 교육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법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관습이나 일반적인 행동 패턴도 이유를 묻지 않고 따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모든 사람들은 법이라면 이유를 묻지 않고 고개를 숙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인 통념과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협상 전략이 바로 합법성 우위 원칙이다.
우리는 은연중에 이렇게 훈련받아 왔다. 말보다는 글로 쓴 것이, 같은 글이라도 손으로 쓴 것보다는 인쇄된 것이, 그냥 인쇄된 것보다는 공공 매체의 형태인 책자나 브로슈어의 형태로 꾸며진 것이 더 권위가 있다고 말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팔려는 당신이 사려는 사람에게 당신이 받으려고 요구하는 금액이 주변 시세보다 1,000만 원이나 더 싸다고 장황하게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차라리 신문에 게재된 주변 아파트 시세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면 신문 기사는 누가 쓰는가? 기자가 쓴다. 그러면 기자는 어디서 정보를 입수하는가? 가격표는 누가 만들고 또 브로슈어는 누가 만드는가?
결국은 똑같은 정보를 가지고 다른 형태로 다른 사람이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정보를 누가 어떤 모습으로 포장했는지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결론은 앞서 밝힌 것처럼 백화점의 정찰제에서도 물건값을 깎을 수 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가능했다. 우리는 권위에 순응하는 것만 배웠을 뿐 도전하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그러나 협상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모든 권위에 도전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용기는 대부분 당신에게 보상을 가져다줄 것이다.
>> 대전제: 사람의 판단은 대체로 비이성적이다
17.
사람들은 자신의 돈과 시간과 노력이 투자된 것에 대해서는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그래서 종종 과거의 투자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협상에서 열세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미 상당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면 지금까지 투자한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협상에서 힘을 가지는 사람은 바로 이 투자의 심리를 잘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만약 다루기 어려운 문제를 예상한다면 협상이 한참 진행되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쯤 다루는 것이 좋다. 상대방을 협상에 깊이 개입하게 만든 다음 여러 가지 요구를 하면 심리적으로 상대방은 그때까지 투자한 시간과 노력 때문에 쉽게 거절할 수 없게 된다. 거절하면 혹시 협상이 깨지지나 않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18.
나는 협상을 진행할 때마다 반드시 지키는 철칙이 있다. 절대로 없는 이야기를 꾸며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짓이 탄로 나면 협상가로서의 신뢰도는 회복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으로 손상되고 만다. 협상에서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잃는 것은 엄청난 약점이 된다.
협상 진행에 있어 또 하나의 철칙은 절대로 내게 불리한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부분적인 진실만 골라서 상대방에게 알려준다. 경험을 통하여 부분적인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크고 나중에도 문제가 없다는 지혜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협상 테이블은 법정의 증언석과는 다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방에게 알려줄 필요도 없고 알려줘서도 안 된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이 아무리 객관적인 사실을 나에게 알려준다고 할지라도 먼저 그 저의를 생각해야 한다.
19.
깎지 못하면 덤을 요구한다.
가격을 낮추어달라는 요구에는 그렇게 완고하던 회사가 모양을 바꾼 무료 샘플 요구는 너무 쉽게 합의를 해주었다. 결국 파운드당 가격을 1달러 35센트로 하되 주문량의 15퍼센트를 추가로 주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물건을 수입해서 팔아야 하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15퍼센트 인하와 똑같은 효과를 본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 F 사 또한 상품 가격을 인하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지키고 비용도 훨씬 절감하면서 15퍼센트를 깎아준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협상이었다.
20.
사람들은 진행하던 협상이 결렬되는 상황을 두려워한다. 이들은 협상이 중도에 결렬되면 그나마 지금까지 합의를 통해 얻은 것도 송두리째 잃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끌어온 협상을 지키기 위해 양보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안까지 양보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경험이 풍부한 상대방이 인간의 이러한 본능적인 성향을 이용하여 목적한 바를 얻기 위해 양보하지 않으면 협상을 결렬시키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이럴 때 동요하지 말고 그 위협이 어떠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최악의 경우 협상을 결렬시켜 소득 없이 끝내는 편이 양보해버리는 것보다 나은 것은 아닌지 계산해보아야 한다. 협상이 결렬되는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허겁지겁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차라리 협상 이전 상태보다 못하거나, 협상에 투자한 것들에 못 미치는 결정에 동의하게 된다.
협상에 나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또 다른 하나는 협상 결렬 때문에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받게 될지도 모르는 비난이다. 이들은 타결하지 못한 협상 때문에 자신이 회사에서 책임을 지고 물러날지도 모른다거나 최소한 자신에 대한 평이 나빠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소신 있게 협상에 임하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협상을 통해 최상의 것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한 복지부동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조직을 진정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사람은 비난을 두려워하기보다 그러한 위험을 기꺼이 부담하면서 최고의 결과를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협상을 진행하며 의식해야 할 것은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협상이 중도에 결렬되거나 조직 내의 비난이 두려워 위험 부담을 피하는 경우는 쉽게 눈에 띈다. 반면 기회를 얻기 위해 기꺼이 위험 부담을 안고 가고자 하는 이들은 철저한 준비와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려고 노력하며 위험을 회피하지 않는다.
21.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있어서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장소의 선택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모든 프로 스포츠에서 예외 없이 홈 경기 승률이 훨씬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외교 협상을 할 때 가장 먼저 합의해야 할 사항 중 하나가 역시 장소의 문제이다. ‘텃세’라는 말도 있듯이 장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22.
1) 협상 준비 단계: 협상을 통해서 무엇을 얻어내려고 하는가?
자신이 협상을 통해 구입하려는 물건의 금액을 미리 결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일단 협상을 시작하면 결렬시키기보다는 대폭적인 양보를 해서라도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목표치는 바로 이러한 욕구에 대해 브레이크 역할을 해준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를 타고 가는 것이 위험천만하듯 목표치 설정 없이 협상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2) 협상 초기 단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개인적인 협상 경험에 따르면 1억 5,300만 원(10퍼센트 낮은 가격) 혹은 1억 4,400만 원(15퍼센트 낮은 가격)쯤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물론 10퍼센트냐 15퍼센트냐 하는 것은 K 씨가 얼마나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K 씨는 1억 5,000만 원 정도에서 처음 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금액 밑으로 제안한다면 심리적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할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록 상대방이 아무런 반감 없이 협상의 시발점으로 1억 5,000만 원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사업체 매입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기에 상대방을 자극해 협상이 결렬되는 위험은 피하기로 하였다.
3) 합의 진행 단계: 언제, 얼마나, 어떻게 주고 받을 것인가?
K 씨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상대방이 제안한 2억 원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금액임을 상대방이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K 씨가 먼저 제안한 가격에 대해 어떻게 얼마나 양보를 하는가이다. 매우 민감한 문제라서 K 씨가 처음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계속될 협상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K 씨는 양보하는 금액을 결정하면서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양보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다음에 양보할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
둘째, 양보를 할 때는 충분히 생색을 내면서 해야 한다. 사람들은 쉽게 얻는 것에 대해서 가치를 부여하는 데 대단히 인색하다. 어렵게 양보하는 모습이 상대방의 양보를 쉽게 끌어내는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양보에는 반드시 합리적인 이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합리적인 설명 없이 가격을 양보하면 K 씨가 처음 제안한 금액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진다. 이 단계에서 상실한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고, 이후 K 씨의 발언은 L 씨에게 먹히지 않을 것이다.
4) 협상 마무리 단계: 어느 선에서 어떻게 끝낼 것인가?
이 시점에서 K 씨가 가장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왜 상대방이 더 이상 내리기를 거부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다.
상대방이 자존심 때문에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꺼린다면 K 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에는 상대방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상대방에게 당신이야말로 강자라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강자인 그에게 자신의 어려운 점을 이해시킬 때 K 씨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결정권을 가진 부인 때문에 가격 인하를 못한다면 부인을 직접 만나 설득할 수도 있고 상대방에게 어떻게 부인을 설득할 것인지 조언할 수도 있을 것이다.
23.
숨길 것은 확실하게 숨기는 전략이 1번이다.
협상에서 힘을 갖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정보란 자신과 상대방에 관한 모든 정보를 뜻한다. 따라서 상대방의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알아내고, 자신의 정보를 적게 노출할수록 협상에서 성공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그러나 협상을 진행하며 알게 모르게 매우 중요한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직접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지는 않지만, 생각 없이 내뱉는 사소한 말들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협상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침묵’을 꼽기도 한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가능한 한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지 말라. 그리고 자신의 정보를 공개할 때도 가능한 한 자신의 궁극적 목적은 감추고 표면만을 이야기하라. 물론 상대방이 당신의 전략을 눈치채게 해서도 안 된다. 협상이 끝난 후 상대방이 속았다는 기분이 들게 해서도 안 된다. 적당히 기술적으로 자신의 목표와 계획이 드러나지 않도록 감추어야 한다.
24.
상대방의 약점을 직접 건드려 감정을 자극하지 말고 우회적 방법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전술을 사용하자.
협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힘이고, 힘의 우위는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상대방이 나보다 약하다고 해서 내가 이끄는 대로 쉽게 따라올 것이라고 믿었다가는 큰코다친다. 사람에겐 감정이란 것이 있고 절대로 무시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상대방보다 월등하게 큰 힘을 가지고 있다면 협상을 우세하게 종결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처뿐인 영광보다는 실리를 취하는 협상이 당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되어야 한다.
25.
서양에는 ‘Good Guy, Bad Guy(좋은 사람, 나쁜 사람)’라는 협상 전략이 있다. 이는 협상을 하는 데 있어서 팀을 이루어 한 사람은 악역을 담당하고 다른 사람은 착한 역할을 맡는 것을 뜻한다.
한 예로 아파트를 사기 위해 집주인을 만나는 자리에서 부인이 집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아 터무니없는 값을 부른 다음, 남편이 집주인의 편을 드는 척하면서 애초에 자신이 생각했던 가격에 맞추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전략을 쓰면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어주면서도 악역을 담당한 사람의 손을 빌어 손쉽게 자신이 목표한 바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지혜로운 협상가는 다른 사람을 악역으로 등장시키거나 혹은 협상 대리인을 사용하여 명분도 세우고 목표하는 바도 얻어낸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모든 일을 혼자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전략은 특히 협상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에 매우 유용하다.
26.
협상에 있어 시간은 가장 역동적인 역할을 한다. 협상 초기에는 불리했던 사안들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유리하게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시간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조급해져서 불리하더라도 협상을 종결지으려고 한다.
성공적인 협상을 원한다면 여유를 가지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여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될 때는 산처럼 침묵하다가, 기회가 왔다고 판단될 때 파도처럼 몰아쳐야 한다. 물론 이 전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기를 제대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다리는 여유를 가지려면 협상을 미리미리 계획하고 진행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항상 상대방에 대한 정보와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7.
협상에 임할 때도 상대가 강하다면 이에 정면으로 맞서지 말고 한 발 물러서서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힘과 능력을 과시하여 상대방에게 경계심을 심어주는 사람은 훌륭한 협상가라고 할 수 없다. 협상을 하다 보면 두 부류의 상대를 만나게 된다. 한 부류는 너무 현명하고 아는 것이 많아 보여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내가 틀림없이 손해를 볼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또 다른 부류는 어리숙하게 보이기 때문에 크게 경계할 필요가 없으며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더라도 나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이다. 그런데 힘의 우위가 협상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테스트해본 결과, 힘 있고 기술이 훌륭한 협상가가 어리숙한 상대방을 만나서 협상할 때 더 많은 양보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what
협상
where
밀리의서재
when
24.1.7 ~ 2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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