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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메모/글쓰기

기자의 글쓰기 (박종인)

Key messages

✔︎ '의, 것' 빼고 쓰기

✔︎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은 재미다

✔︎ 좋은 글은 팩트다. ‘굉장히 아름답다’라고 쓰지 말고 굉장히 아름다운 이유를 써야 한다.

✔︎ 좋은 글은 작은 소리로 읽었을 때 막힘없이 물 흐르듯 읽히는 글이다.

✔︎ 둘째, 두괄식 글도 알고 보면 미괄식이다. 앞에 모든 이야기를 다 쓰면 아무도 뒤쪽은 읽지 않는다. 핵심은 한참 뒤에 나온다.


1. 

글은 글자로 옮긴 말이다.
다시 말해서, 말을 기록하면 글이 된다. 기록된 말이 바로 글이다. 더도 덜도 아니다.
어렵게 말하는 사람, 매력 없다. 두서없이 말하는 사람, 듣기 싫다.
어려운 글, 지루하다. 두서없는 글, 재미없다.
이제 글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꾼다.


말은 쉬워야 한다. 어려운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글은 말이다.
글도 쉬워야 한다. 어려운 글은 씨알도 안 먹힌다. 

 

 

2.

당신이 읽은 ‘사군자’라는 글에는 문장이 61개 있다. 가장 긴 문장은 ‘이들은 온대성 심비디움, 덴드로비움, 네오피네티아, 에리데스 등 4개 속 일부만을 동양란이라 부르자고 결의했다.’로 쉼표와 마침표 합해서 50글자다. 제일 짧은 문장은 ‘맞다’로 두 글자다.

짤막짤막한 단문(短文)으로 문장을 쓰면 좋은 일이 두 가지 생긴다.

첫째, 문장이 복잡하지 않아서 문법적으로 틀릴 일이 별로 없다.
두 번째, 독자가 읽을 때 속도감이 생긴다. 리드미컬한 독서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3.

글을 쓰려면 재료가 필요하다. 재료는 상상에서 나오지 않는다. 일상생활 경험과 남이 던진 이야기, 읽은 책, 검색한 자료에서 나온다. 그렇게 얻은 재료를 물 흘리듯 보내버리면 글을 쓸 재간이 없다. 반드시 기록해 둔다. 그게 글보따리다.

 

 

4.

아무리 의미가 있고 깊이가 있는 글을 써도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이 읽지 않는다.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은 재미다. 재미가 없다면 초등학생이 칸트 철학책을 읽는 꼴이 된다. 우리는 이마누엘 칸트라는 사람이 해박한 지식과 깊은 철학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이 글을 읽는 사람들 가운데 칸트가 쓴 책들을 다 읽은 사람은 별로 없다. 왜? 재미가 없으니까. 글은 무조건 재미가 있어야 한다. 칸트식 글쓰기는 일반 대중을 위한 글쓰기는 아니다.

 

5.

인쇄물에서 흔히 본 직유, 은유, 비유는 절대 쓰지 마라. ‘흔히 본’이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불 보듯 뻔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불 보듯 뻔하다’라는 말을 어떤 사람이 처음 사용했을 때는 참신했음이 틀림없다. 진짜 불 보듯 뻔한 만큼 뻔한 게 없으니까. 하지만 그 참신한 표현이 이제는 죽어버렸다. 아무나 다 쓰는 표현이 돼버렸다.

누구나 다 쓰는 말들이고 내가 쓴다고 한들 무슨 말을 할지 불 보듯 뻔하다면 그 글은 ‘불 보듯’ 세 글자를 손해 보는 비효율적인 글쓰기가 된다. 

 

6.

처음 신문사에 입사했을 때 선배들한테 지겹도록 들은 말이 있다.

‘신문 독자는 중학교 1학년이다.’

중학교 1학년이 읽어서 이해가 안 되면 글이 아니다. 처음에 이해를 못했다. 나는 번듯하게 4년제 대학을 나왔고 어려운 단어도 많이 알고 신문 독자층에는 소위 먹물도 많을 텐데 왜 쉽게 풀어써야 하는가 생각도 많이 했다. 세월이 지나 보니 쉽게 풀어 쓴 글이 사람들한테 호소력이 있음은 분명하다.

 

명확하게 쓰면 독자가 모인다. 모호하게 쓰면 비평가들이 달라붙는다.

 

7.

좋은 글은 팩트다.

 

모든 글은 팩트를 써야 한다. 자기가 생각하거나 느낀 감정 혹은 상상만으로 쓴 글은 힘이 없다. 

‘굉장히 아름답다’라고 쓰지 말고 굉장히 아름다운 이유를 써야 한다. 

‘난리 났다!’라고 호들갑을 떨지 말고 무슨 난리가 났는지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8.

글의 힘은 첫 문장과 끝 문장에서 나온다

 

글의 시작이 독자로 하여금 그 글을 계속 읽게 만드느냐 여부를 결정한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서 독자는 그때까지 자기가 들인 시간과 읽는 수고를 생각한다. 읽은 보람 혹은 읽는 데 시간을 투자한 가치를 저울질한다. 마지막 문장은 글을 총 정리하는 중요한 문장이며 글이 가지고 있는 울림과 감동의 규모를 결정하는 문장이다.

 

9.

좋은 글은 리듬이 있다.

 

어릴 적 배운 시조에는 리듬이 있다. 3434 3434 3543 이렇게. 그게 한국어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리듬이다. 또 잘 생각해 보면 한국어 단어들은 대개 세 글자 아니면 네 글자다. 다섯 글자 넘어가는 단어는 별로 없다. 이걸 어떻게 조합을 할 것인가. 한 단어를 앞에 놓고 뒤에 놓고에 따라서 리듬도 달라지고 읽는 맛도 달라진다. 보통 우리는 이 리듬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쓴다.

모차르트 같은 천재가 아닌 이상 우리는 글을 다듬고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말이 가진 특성, 3434라는 외형률, 리듬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고민은 조금만 하면 된다. 계속 쓰다 보면 저절로 리듬이 갖춰지게 된다.

글을 자기가 들을 정도로 소리 내서 읽어보면 리듬이 뭔지를 알게 된다. 소리 내다가 읽기가 거북해지고 막히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앞부터 다시 읽게 된다. 그 문장이 틀린 문장이라는 뜻이다. 품격이 없는 문장이라는 뜻이다. 보고서가 됐든 연설문이 됐든 수필이 됐든 모든 장르를 망라해서 통하는 원칙이다. 리듬이 없으면 그 글이 뭐가 됐든 간에 읽히지 않게 된다. 글을 쓰기 위해 필자가 퍼부은 노력과 읽기 위해 독자가 투자한 노력은 헛수고가 된다. 좋은 글은 작은 소리로 읽었을 때 막힘없이 물 흐르듯 읽히는 글이다. 

 

10.

좋은 글은 입말로 쓴다.

 

글과 말을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자. 글은 문자로 옮긴 말이다. 사라져 버리는 말이 아까워서 문자로 옮기니 글이 된다. 재미있게 들은 말은 재미있게 쓰고 슬프게 들은 이야기는 슬프게 옮겨 적는다. 그 뉘앙스와 그 분위기까지 다 옮기는 게 좋은 글이다. ‘팩트’와 ‘입말’ 두 단어는 두고두고 기억을 하자.

 

11.

좋은 글은 수식이 없다.

 

12.

좋은 글은 궁금함이 없다.

 

글은 궁금함이 없어야 한다. 철칙이다. 여운을 남기고 싶다고 해서 말줄임표로 끝내버리면 안 된다. 독자들은 결말이 궁금하다. 그런데 글이 끝나버려 물어볼 방법이 없다.

여운이 남을지 말지 여부는 독자가 결론을 안 다음에 판단할 문제다. 범인을 밝히지 않고 끝나는 탐정소설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짜증나는 글인가. 여운이 남는 글은 오히려 명확하다. 그래서 여운이 남고 감동이 남는다. 

 

13.

글을 세상에 내놓기 전에, 신뢰할 수 있는 첫 번째 독자에게 먼저 보여주도록 한다. 그 사람한테 읽혀서 평가를 받도록 한다. 그 사람이 직설적으로 독설을 하든 경탄을 하든 그 사람의 의견을 따르고 취해서 또 고치고 고쳐서 글을 완성한다. 여기까지가 글쓰기 과정이다. 다시 말해서, 첫 번째 독자가 읽어주는 작업까지가 글쓰기다.

 

14.

요점 정리

1. 좋은 글은 쉽다.
2. 쉬운 글은 전문 용어나 현학적인 단어가 아니라 평상시 우리가 쓰는 입말을 사용해 짧은 문장으로 리듬감 있게 쓴 글이다.
3. 독자는 글을 읽으면서 감동받기를 원한다.
4. 감동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서 나온다.
5. ‘매우’ ‘아주’ ‘너무’ 같은 수식어는 그 감동을 떨어뜨린다.
6. 독자들은 ‘너무 예쁘다’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예쁜 이유, 즉 구체적인 팩트를 원한다.
7. 불명확한 글, 결론이 없는 글은 독자를 짜증나게 만든다. 명확한 팩트로 구성된 명쾌한 글은 독자에게 여운을 준다. 

 

15.

두괄식은 독자에게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두괄식으로 글을 구성하려면 지켜야 할 원칙이 두 가지 있다.

 

첫째, '두괄식' 디자인은 제목이 시작이다.

둘째, 두괄식 글도 알고 보면 미괄식이다.

앞에 모든 이야기를 다 쓰면 아무도 뒤쪽은 읽지 않는다. 핵심은 한참 뒤에 나온다.

 

 

16.

나중에 모든 원칙에 통달하고 글에 익숙해지면 이 책에서 언급하는 원칙들을 다 버려도 상관없다. 하지만 글을 연습하는 초기에는 이 원칙을 획일적으로 지켜보자. 원칙은 버리기 위해 존재한다. 버리기 전에는 익혀야 한다. 그래야 응용도 하고 버리기도 할 수 있지 않은가. 버리기 위하여, 아래 세 문장을 외운다.

글은 문장으로 주장 또는 팩트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좋은 글은 리듬 있는 문장으로 팩트를 전달한다.
리듬 있는 문장은 입말로 쓴다. 

 

 

17.

 

 

 

 

 

 

what

글쓰기

 

where

밀리의 서재

 

when

24.3.19 ~